[CTN 교육신문 = 정민준 기자] 세종교육 공무원이 느끼는 직장 내 갑질과 차별이 여전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직원에게 개인 보험 청구 서류 준비 등의 사적인 일을 시키는가 하면, 코로나19 예방 차원의 재택근무를 교사들에게만 허용하는 일도 있었다.

이들이 불합리를 당하는 곳이 공직사회라는 점에서 문제가 크고 특히, 아이들을 키우는 교육 현장이라는 점에서 시급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양현상, 이하 세교노)이 제6대 노조 출범 100일을 맞아 교육청과 소속 교육기관의 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인권침해 및 차별 실태를 조사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23일부터 4월 3일까지 조합원 대상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224명이 응답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2명은 관리자 등으로부터 갑질이 심각하다고 느끼고, 또 4명은 교원 등 다른 직종과 차별을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갑질과 인권침해 경험 응답자에게 유형을 물은 결과 비민주적 의사결정이 72%로 가장 많았고 불이익 처우, 폭언 등 비인격적 대우, 규정 위반 지시 순으로 답했다.

갑질의 구체적 사례로는 관리자 개인 물건 인터넷 주문, 개인 보험 청구 서류 준비 등 사적 용무를 지시하거나 회식 참여 강요, 정당한 연가 등 복무 신청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심지어 업체를 미리 지정해 부당하게 계약을 강요하는 등 회계 관련 법령에 벗어난 위법하게 부당한 지시를 하는 관리자도 있었다.

교육청에서는 일부 부서장급 간부가 직원에 대한 질책과 핀잔을 일삼고 공개적 고함으로 사무실 분위기를 흐리며 직원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일도 다반사인것으로 밝혀졌다.

▲세교노 조합원들이 지난 2019년 10월 교육청 강당에 모여 ‘행정직 공무원의 교무실 배치’ 반대 회의를 갖고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갑질에 더해 행정직 공무원에 대한 차별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장이 비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소수인 행정실에 업무를 떠넘기거나, 코로나19 대응을 하면서 교사에게만 재택근무를 허가하고 행정실은 전원 출근하게 하는 사례도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직종 간 차별은 교육청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장학사가 많이 배치된 어떤 부서의 경우 소수 배치된 저경력 행정직을 보조자로 보고 하기 싫은 업무를 떠넘기거나 사무실에서 공개적으로 행정직을 험담해 인격을 모독하는 사례도 있었다.

또한, 직종 간 차별이 윗선부터 시작된다는 인식이 컸다. 교육청 고위층은 장학사 등 전문직의 업무 실수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이해하고 일반 행정직에 대해서는 인사조치 등으로 엄격히 대한다고 다수가 답했다.

이에 대해 세교노 관계자는 "그동안 이러한 인권침해와 차별 대우에 대한 고충에도 교육청에서 귀를 기울이지 않아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조합원의 목소리가 이번 설문을 통해 여실히 표출된 것 같다"라며, "최근 교육청이 중점 추진 중인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명분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교육청 스스로가 소수 교직원의 인권을 존중하고 차별을 해소하려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라며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세종시교육청에 관리자의 갑질 예방 및 조치 강화, 행정직공무원 차별 근절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